SNS 단톡방 통해 가이드라인 설정. 의혹..공인중개사 영업 사실상 마비
이재연 기자 | hanamilbo@naver.com
정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대화방을 통한 집값 담합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 추진단은 지난 26일, 관계기관 긴밀 협력을 통한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 단지 사례는 단순한 주민 의견 교환을 넘어선,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시장 교란 행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하남시 A 아파트 입주민 179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은 흡사 작전 지휘소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10억 원 미만 매도 금지’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이는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이 아니라, 인위적인 ‘하한선’을 설정해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수사팀이 확보한 대화 내용은 경악스럽다. “2~3월 폭탄 민원으로 5000만 원 이상 업(올립시다)”, “민원 넣고 전화하는 걸 루틴이라 생각하자. 회사 일처럼 하자”는 메시지가 오갔다. 이는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업무방해 모의였음을 입증한다.
정당한 가격에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들은 이들의 ‘타깃’이 됐다. 단톡방에는 중개사의 실명과 사진이 공유됐고, “응징해야 한다”는 섬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정 가격 이하 매물을 광고하면 허위 매물로 신고해 영업을 방해하는 방식은 공인중개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처사다.
하남시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취재진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상 매물을 올려도 특정 가격보다 낮으면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항의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광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업권 침해를 넘어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낍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속 이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도의 적발 발표 이후 겉으로는 잠잠해진 것 같지만, 비밀리에 단톡방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압니다. 대놓고는 못 해도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며 중개사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는 여전해 영업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파렴치한 지점은 단톡방 개설자인 방장의 행태다.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밥그릇 사수”를 외치며 담합을 주도했던 그는, 이달 초 본인 소유의 집을 매도해 3년 만에 약 3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이웃을 범죄의 길로 내몰고 본인의 사익만 챙긴 셈이다.
하남시청 부동산 관리 담당 공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의 릴레이 민원이 수십 건씩 접수되어 정상적인 행정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개인의 자산 가치를 지키겠다는 이기심이 공공 시스템까지 마비시킨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과거 급등기에는 더 올리기 위한 담합이었다면, 지금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저항선 구축’이 목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하락 신호를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는 결국 실수요자들의 진입을 막고 시장의 선순환을 저해하는 ‘독’이 될 뿐이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우리 아파트 위해서인데”라는 안일한 생각이 전과자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기도는 대응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김동연 지사는 “가격 담합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공익 제보자에게 최대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하남뿐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이미 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된 사례가 나왔고, 성남에서는 중개소 블랙리스트 작성, 용인에서는 중개사 간 배타적 ‘친목회’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교란 행위가 적발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단톡방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고가 기록에 동조하는 댓글만 달았는데 처벌받느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수사 기관은 단순 의견 개진을 넘어선 조직적 가격 통제 시도와 업무 방해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판 ‘금융감독원’인 부동산감독원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토부, 지자체 등에 분산된 감시 기능을 통합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단속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분산된 관리 기능을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유지가 단기적으로는 이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해당 단지의 거래 절벽과 이미지 실추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기에 앞서 주거라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내 집 값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겠으나, 타인의 영업권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의 무관용 원칙이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상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SNS 단톡방 통해 가이드라인 설정. 의혹..공인중개사 영업 사실상 마비
이재연 기자 | hanamilbo@naver.com
정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대화방을 통한 집값 담합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 추진단은 지난 26일, 관계기관 긴밀 협력을 통한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 단지 사례는 단순한 주민 의견 교환을 넘어선,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시장 교란 행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하남시 A 아파트 입주민 179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은 흡사 작전 지휘소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10억 원 미만 매도 금지’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이는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이 아니라, 인위적인 ‘하한선’을 설정해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수사팀이 확보한 대화 내용은 경악스럽다. “2~3월 폭탄 민원으로 5000만 원 이상 업(올립시다)”, “민원 넣고 전화하는 걸 루틴이라 생각하자. 회사 일처럼 하자”는 메시지가 오갔다. 이는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업무방해 모의였음을 입증한다.
정당한 가격에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들은 이들의 ‘타깃’이 됐다. 단톡방에는 중개사의 실명과 사진이 공유됐고, “응징해야 한다”는 섬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정 가격 이하 매물을 광고하면 허위 매물로 신고해 영업을 방해하는 방식은 공인중개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처사다.
하남시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취재진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상 매물을 올려도 특정 가격보다 낮으면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항의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광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업권 침해를 넘어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낍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속 이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도의 적발 발표 이후 겉으로는 잠잠해진 것 같지만, 비밀리에 단톡방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압니다. 대놓고는 못 해도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며 중개사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는 여전해 영업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파렴치한 지점은 단톡방 개설자인 방장의 행태다.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밥그릇 사수”를 외치며 담합을 주도했던 그는, 이달 초 본인 소유의 집을 매도해 3년 만에 약 3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이웃을 범죄의 길로 내몰고 본인의 사익만 챙긴 셈이다.
하남시청 부동산 관리 담당 공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의 릴레이 민원이 수십 건씩 접수되어 정상적인 행정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개인의 자산 가치를 지키겠다는 이기심이 공공 시스템까지 마비시킨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과거 급등기에는 더 올리기 위한 담합이었다면, 지금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저항선 구축’이 목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하락 신호를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는 결국 실수요자들의 진입을 막고 시장의 선순환을 저해하는 ‘독’이 될 뿐이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우리 아파트 위해서인데”라는 안일한 생각이 전과자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기도는 대응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김동연 지사는 “가격 담합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공익 제보자에게 최대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하남뿐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이미 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된 사례가 나왔고, 성남에서는 중개소 블랙리스트 작성, 용인에서는 중개사 간 배타적 ‘친목회’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교란 행위가 적발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단톡방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고가 기록에 동조하는 댓글만 달았는데 처벌받느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수사 기관은 단순 의견 개진을 넘어선 조직적 가격 통제 시도와 업무 방해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판 ‘금융감독원’인 부동산감독원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토부, 지자체 등에 분산된 감시 기능을 통합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단속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분산된 관리 기능을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유지가 단기적으로는 이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해당 단지의 거래 절벽과 이미지 실추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기에 앞서 주거라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내 집 값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겠으나, 타인의 영업권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의 무관용 원칙이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상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