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관행, 공천 불문율? 지역위원장 영향력 도마위
이재연 기자 | hanamilbo@naver.com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여야 모두 기초의원 ‘현역은 나번을 받는다’는 정치권 안팎의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는 순번 배정 논란이 사실상 구조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 따르면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 방식으로 2~4인을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가·나·다’ 등 순번은 유권자 인지와 투표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특정 정당 강세 지역에서는 ‘가·나’ 순번이 사실상 당선 안정권으로 인식된다.
“기호 나번이면 그래도 안전하다”는 말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가깝다. 지방선거 판을 오래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정반대다. 기초의원 선거에서 ‘나번’은 보호막이 아니라 시험대에 가깝다. 살아남으면 실력이고, 떨어지면 변명조차 통하지 않는 자리다.
기초의원 선거는 통상 2인 이상 선거구에서 ‘가·나’ 순번을 부여한다. 유권자 투표 성향을 보면 ‘가번’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투표용지 상단에 위치하는 인지 효과, 정당 내 1순위 상징성, 조직 집중 지원까지 더해진다. 가번이 먼저 당선권을 가져가고,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나번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 때문에 나번은 늘 벼랑 끝 승부다. 특히 현역이라 해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더 가혹하다. 유권자들은 “해본 사람”에게 더 높은 기준을 들이댄다. 성과가 분명하면 표가 모이지만, 존재감이 없으면 심판 대상 1순위가 된다.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현역 프리미엄’이다. 인지도와 지역 민원 처리 경험, 얼굴 도장 찍힌 생활정치 성과는 신인이 따라오기 어렵다. 지역 행사와 골목 현안에서 쌓은 관계망은 나번에게 사실상 유일한 방패다. 당 지지율이 높은 선거에서는 가번과 동반 당선되는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은 더 날카롭다. 첫째, 전략투표의 최대 피해자다. 선거 막판 “될 사람 몰아주자”는 심리가 작동하면 표는 가번이나 경쟁 후보로 쏠린다. 나번은 가장 먼저 밀린다. 둘째, 정당 의존도가 높다. 당 바람이 꺾이면 개인 경쟁력과 무관하게 함께 추락한다. 셋째, 다선 현역일수록 교체 여론에 취약하다. ‘변화’ 요구가 커질수록 나번은 손쉬운 교체 카드가 된다.
결국 승부처는 단순하다. 지역을 얼마나 뛰었느냐다. 민원 해결, 예산 확보, 생활 인프라 개선 같은 체감 성과가 쌓여 있으면 기호는 의미가 없다. 반대로 명함만 돌리고 존재감이 희미했다면 나번은 숫자에 불과하다.
30년 정치 현장을 지켜본 결론은 명확하다. 나번은 특권이 아니다. 현역에게 주어진 가장 냉정한 시험지다. 성과로 증명하면 생존하고, 오만하면 바로 퇴장이다. 유권자는 이제 기호보다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판단은 생각보다 잔혹할 만큼 정확하다.
[기자 수첩] 관행, 공천 불문율? 지역위원장 영향력 도마위
이재연 기자 | hanamilbo@naver.com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여야 모두 기초의원 ‘현역은 나번을 받는다’는 정치권 안팎의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는 순번 배정 논란이 사실상 구조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 따르면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 방식으로 2~4인을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가·나·다’ 등 순번은 유권자 인지와 투표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특정 정당 강세 지역에서는 ‘가·나’ 순번이 사실상 당선 안정권으로 인식된다.
“기호 나번이면 그래도 안전하다”는 말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가깝다. 지방선거 판을 오래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정반대다. 기초의원 선거에서 ‘나번’은 보호막이 아니라 시험대에 가깝다. 살아남으면 실력이고, 떨어지면 변명조차 통하지 않는 자리다.
기초의원 선거는 통상 2인 이상 선거구에서 ‘가·나’ 순번을 부여한다. 유권자 투표 성향을 보면 ‘가번’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투표용지 상단에 위치하는 인지 효과, 정당 내 1순위 상징성, 조직 집중 지원까지 더해진다. 가번이 먼저 당선권을 가져가고,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나번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 때문에 나번은 늘 벼랑 끝 승부다. 특히 현역이라 해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더 가혹하다. 유권자들은 “해본 사람”에게 더 높은 기준을 들이댄다. 성과가 분명하면 표가 모이지만, 존재감이 없으면 심판 대상 1순위가 된다.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현역 프리미엄’이다. 인지도와 지역 민원 처리 경험, 얼굴 도장 찍힌 생활정치 성과는 신인이 따라오기 어렵다. 지역 행사와 골목 현안에서 쌓은 관계망은 나번에게 사실상 유일한 방패다. 당 지지율이 높은 선거에서는 가번과 동반 당선되는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은 더 날카롭다. 첫째, 전략투표의 최대 피해자다. 선거 막판 “될 사람 몰아주자”는 심리가 작동하면 표는 가번이나 경쟁 후보로 쏠린다. 나번은 가장 먼저 밀린다. 둘째, 정당 의존도가 높다. 당 바람이 꺾이면 개인 경쟁력과 무관하게 함께 추락한다. 셋째, 다선 현역일수록 교체 여론에 취약하다. ‘변화’ 요구가 커질수록 나번은 손쉬운 교체 카드가 된다.
결국 승부처는 단순하다. 지역을 얼마나 뛰었느냐다. 민원 해결, 예산 확보, 생활 인프라 개선 같은 체감 성과가 쌓여 있으면 기호는 의미가 없다. 반대로 명함만 돌리고 존재감이 희미했다면 나번은 숫자에 불과하다.
30년 정치 현장을 지켜본 결론은 명확하다. 나번은 특권이 아니다. 현역에게 주어진 가장 냉정한 시험지다. 성과로 증명하면 생존하고, 오만하면 바로 퇴장이다. 유권자는 이제 기호보다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판단은 생각보다 잔혹할 만큼 정확하다.